[글마당] 소리치며 피는 꽃
먹구름이 하늘을 덮은 오후 박물관에서 만난 그녀의 초상화 삭막한 사막을 배경으로 온몸에 못이 박힌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든 감각을 사로잡는 강렬한 저 색상 떨림이 그림의 표면을 흔드네 부서진 몸 조각, 쇠로 된 코르셋에 조이고 등을 대고 누운 채 천장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리다 찬란한 그림이 된 여자 얼마나 더 가야 하나 나의 슬픈 사랑은 바람둥이 남편의 얼굴 문신처럼 이마에 새기고 네 피로 네 날개를 칠해 빛 속을 날았네 캔버스 위에 흐르는 고통의 서사시 절망에 날개를 달고 낙원의 새가 된 너, 존재의 벽을 부수는 자유로운 영혼 수박에 묘비처럼 ‘인생이여, 만세’를 새기고 마지막 외출을 했다.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영원히 소리치는 멕시코의 찬란한 꽃. 이춘희 / 시인·롱아일랜드글마당 바람둥이 남편 마지막 외출 가야 하나